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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음악

오늘은 긴 글을 안 쓸 수가 없군


정말 고된 하루. 오늘은 지난주부터 걱정하고 걱정했던 D-DAY였다. 영재교육원이 이제 정기연주회 시즌이라 반주가 많이 필요한데 지금이 한창 수시기간이라 반주샘이 많이 부족하다. 다행히 내가 올해는 입시반주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막판 내 입시 준비에만 몰입할 수 있겠다 하고 좋아했었는데 일손이 필요한 영재교육원을 모른척 할 수도 없고 해서 어쩌다보니 내가 반주를 잔뜩하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내가 나서서 맡은거지만. 알아주는 이 있을지 모르겠다. 없어도 좋다 :)


아무튼. 이번 정기연주회에선 무척 신경쓰이는 반주가 3명인데, 그중에 한명이 오늘이었다. G. Vitali - Chaconne. 샤콘이 워낙 섹션의 끊김없는 변주곡이라 리듬과 pulse의 변화가 심해서 곡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맞출 수가 없다. 그런데 악보를 받은 월요일부터 금요일인 오늘까지 그 악보를 볼 수 있는 여유가 도저히 없었다. 그래서 레슨 당일인 오늘 아침에 봐야했다.


그래도 짬이 없긴 마찬가지다. 어제 자정인 12시에 들어와 잘 준비하고 잠자리에 드니 새벽 2시경, 아침 7시에 일어나 준비해서 8시까지 한양대에 갔다. 다행히 학기 중이라 공대 복사집이 일찍 문을 열어 아직 미처 출력하지 못한 서류들을 뽑고 오늘 반주할 곡들을 차분히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한양플라자에서 수료증명서와 성적증명서까지 꼼꼼히 챙기고 아침을 먹었다. 한양플라자와 신본관에서 허탕을 한번 치고 국제관에 가서 9:15에 악보를 내는 것으로 첫 미션 완료! 그대로 음대 연습실로 옮겨가서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와 피아니스트 이효주의 비탈리 샤콘을 보고 들으며 벼락치기 공부를 시작한다. 1시간 반-2시간 정도 연습 후 차를 타고 서울예고로 달려가 한시간 반 정도 지휘레슨반주. 오늘은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이다. 처음 이 곡을 쳐 볼 때만 해도 이렇게 이 곡을 많이 칠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아직 어떤 선율에 어떤 악기가 나오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좀 더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 


베토벤 2번 심포니 1악장까지 마치고 다시 차를 탄다. 예쁜 후배를 연습실에 내려주고 장차 좋은 지휘자가 될 후배를 데리고 왕십리로 간다. 이것저것 재미있는 음악이야기를 나누다 후배를 내려주고 나는 다시 건대로 향한다. 도착하자마자 주차권 구입. 좀 진작 샀어야했는데 1주일에 한번으로 수업을 계산하니 8장 밖에 살 수 없단다. 정기권을 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차를 타고 그렇~ 게 많이 오지는 않을 것 같아 그냥 주차권으로 계산한다. 아껴써야겠다. 그 후 사대 연습실로 옮겨오니 4시다. 학생을 만나기까지 1시간 남았다. 막판 벼락치기 연습을 시작한다. 학생이 도착했다. 1시간 같이 맞춰보고 선생님 오셔서 같이 연주한다. 배우는 점이 많다.


2시간 열일하고 다시 차를 타고 이제 내 레슨을 받으러 향한다. 오늘 친구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선생님께 C. Franck의 Violin Sonata을 레슨 받기로 한 날이다. 오늘 한번도 못 쳐봤는데 걱정이다. 어젯밤에 느꼈던 걸 많이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8시반 약속인데 8시 15분쯤 도착했다. 친구와 각자 불태우다 몇 번 맞쳐본다. 뭔가 시원하지가 않다. 한참 고민하는데 선생님이 오신다. 연주를 시작한다. 선생님의 코멘트가 이어진다. 작은 디테일과 요구사항이 있다. 조금 바꾸어본다.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나는 정작 잘 못 느낀다. 이렇게 해야겠구나 라고만 느낀다. 다행히 녹음기가 돌아가고 있다. 정말 진심으로 다행이다. 항상 중간에 팔이 아파지는 2악장. 전체적으로 한 다이나믹을 낮추라고 하신다. 그 상태에서 노래만. 뭔가 허전하다. 얼마나 때리는 힘으로 나머지를 지탱해왔는지 여실히 느껴진다. 3악장. 제일 밋밋한 악장 중 하나다. 몇가지 고쳐주신다. 템포가 가장 문제였다. 4악장. 문제의 4악장. 이 아름다운 노래가 나에게 너무 버겁다. 마음이랑 몸이 따로 논다. 선생님의 몇가지를 suggest하신다. 바꿔본다. 많이 바뀌었단다. 체감하지는 못한다. 그 감각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자마자 산이랑 산책을 한바퀴 나간다. 천천히 걸으면서 산이를 기다려주고 산책하게 둔다. 그리고 녹음을 들어본다. 아까는 몰랐는데 엄청 많이 바뀐다. 아주 작은 디테일로. 한줄기 빛이 보인다. 훨씬 더 연구해야겠지만, 포인트를 잡은 것 같다. 계속해서 공부하고 싶다. 좀 더 좋은 연주를 하고 싶고 알고 싶다. 이제 2주남았다. 연주는 8-9일 정도 남았다. 오늘 하루 잘 넘기고 행복했다. 다음주에는 논문과 성악곡들, 그리고 피아노 곡들이 기다린다 :) 또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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