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날 일기 (수정중)
난 세상에서 제일가는 늦잠꾸러기인데 여기에 오니 눈이 자꾸만 5:30 전후로 떠진다. 덕분에 아침마다 전날을 회상하며 글을 쓸 수 있다. 어제의 이야기들을 마무리하고 샤워를 했다. 파리, 만하임에 이어 여기가 세번째 숙소인데 그 어떤 숙소보다 가장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화장실도 샤워실도 공용이지만 따뜻한 물도 잘 나오고 편안하다. 여름에는 사람이 붐벼서 씻기도 쉽지 않다고 들었다. 최대 많이 올 때는 6천명이 온다는데 지금 이곳에는 900-1000명 정도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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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준비하고 나가니 살짝 늦었다. 8:15분 morning prayer 시작인데 8:25-30분쯤 도착했다. 그동안 계속 앞쪽에 앉았다가 오늘은 뒷쪽에 앉아보기로 했다. 이번 주간에 teenager 그룹이 크게 둘이 있는데 그들의 대다수가 뒤에 앉아있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집중을 못하는 분위기다. 학교에서 시키는 프로그램이라 억지로 참여하는 느낌. 그 중에서도 몰입하며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들의 희망이다. 많은 아이들을 하나님의 앞으로 데려와야 하는 것이 프랑스나 한국이나 모두가 가진 공통과제다. 교회의 연령이 자꾸만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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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성찬식이 있는 것 같다. 모두가 일어나서 줄을 선다. 우리도 거기에 따라 서 본다. 성찬을 어떻게 받는지 방법은 잘 모르지만 보통은 손으로 십자가 모양을 만들어서 받는다고 하니 남편을 따라 해 본다. 마른 뻥튀기 같은 맛이다. 남편이 ‘나에게 성찬은 어떤 의미’냐고 묻는다. 내 나름대로 대답하면 된다고 한다. 빵을 먹으면 그 빵이 전혀 다른 모습의 영양소로 바뀌어 내 몸에 에너지가 되듯이, 예수님의 말씀을 입어 내 삶에 생각지도 못한 여러 모습으로 나타남을 의미하는 것 같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성찬이 의미하는 여러가지를 남편이 설명해주면서 나에게 성찬이 어떤 의미인지 한번 정리 해 보는 것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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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를 마치고 아침을 먹을 시간. 어떤 사람들은 수사님들이 나가기 시작하시면 바로 일어나서 밥을 먹기 위한 줄을 선다. 그러면 기다리지 않고 훨씬 빨리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수사님들이 다 나가시고 나면 그제서야 일어나서 줄을 서는 편이다. 줄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길다. 너무 추운것 같아 숙소에 가서 코트를 가져오기로 한다. 그러면 줄도 어느정도 줄었을 것 같다. 숙소로 가는 길에 내가 너무 추워하니 남편이 자기 옷을 먼저 벗어서 입혀준다. 그래놓고 펭귄같다며 사진을 찍는다. 신발이 털 슬리퍼라 더욱 그런 것 같다.
숙소에 다녀와 밥을 먹으러 줄을 서니 금방 차례가 온다. 오늘의 아침은 작은 바게트와 버터, 초콜릿과 핫초코, 사과다. 어젯밤 먹은 파스타는 스페인에서 온 것이란다. 그래서 맛이 좀 쉽지 않았나보다. 오늘 아침은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다들 맛있게 먹는 눈치다. 아침은 돈을 받지 않고 그냥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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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zé는 후원없이 방문자들의 회비로만 운영이 이루어진다. 연령별로, 나라별로 최소비용부터 최대비용이 정해져있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내면 된다. 만약 그마저도 부담스러울 경우 이야기를 하면 된다. 우리는 처음부터 홈페이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120유로를 생각했고 와서 안내를 받으니 98-137유로 사이를 내면 된다고 해서 처음에 계획했던 그대로 냈다. 여기서 지내는 것을 생각하면 대단히 저렴하다. 또한 모든 프로그램 진행과 도움은 장기봉사자들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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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으니 10시가 되었다. 성경나눔을 하거나 일을 하거나, 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되는 시간이다. 우리는 가벼운 노동을 하기로 하고 어제 첫 미팅을 가졌었다. 어제 내 기억으로는 나보고 10:45am에 문 앞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자꾸만 헷갈린다. 어제 나의 미팅장소였던 La Morada에 가서 물어보기로 한다. 어제 우리를 지도해줬던 Finn 핀과 Radek 라딕이 공교롭게도 없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분이 최대한 알아봐주기 위해 애를 쓰신다. 연락이 쉽지가 않은 것 같다. 괜찮다고 한번 10:45am에 가보겠다고 하니 혹시 나를 걱정하며 최선을 다해 뭔가 알아봐주려고 애를 쓴다. 감동이 온다. 핀이 여기로 다시 오긴 올 거라는데 언제 올 지 알 수가 없어서 내 메모를 믿고 이따 제시간에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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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이뤄지는 노동에서 남편은 big kitchen으로 나는 source로 간다. 나보다 약속시간이 더 빠른 남편이 먼저 부엌으로 가고 나는 숙소로 갔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5시 반에 일어나니 중간중간에 잠깐씩 쉬어줘야 또 에너지를 잘 쓸 수 있다. 혹시 길을 헤맬까 35분쯤 자리에서 일어나 슬슬 걸어가는데 역시나 길을 모르겠다. 지나가던 사람을 잡고 source 아냐고 했더니 F핀이다. 나를 문 앞까지 데려다준다. 10:45am은 다행히 맞는 시간이었다.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고 듣는다. 문 앞에 데려다 준 핀이 5분 정도 뒤에 라딕이 올거니 조금만 기다리면 될거라고 하고 다시 자기가 해야할 일을 하러 갔다. 어제 굉장히 차갑고 무뚝뚝하게 봤었는데 알고보니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나중에 라딕에게 들은 말로는 그가 독일인이라 굉장히 정확하고 엄격한 기준, 철칙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듣고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Taizé를 잘 알고 오랫동안 있던 사람같다. 얼마 전 라트비아에서 떼제로 다시 돌아왔다고 하는데 라트비아도 떼제 일 때문에 간 듯. 그가 새롭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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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이 가고 잠시 기다리는데 3명의 소녀들이 다가와 길을 잃었냐고 묻는다. 아 그게 아니고 이 문을 열어야된다고 그게 오늘의 내 일이라고 했더니 자기들은 떼제 안에서 길 잃은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것이 일이란다. 서로 각자의 일을 아주 잘 하고 있다. 다같이 많이 웃었다. 내일 아침에는 너가 이 일을 한다는 것을 염두해두겠다며 그들은 다시 자신의 일들을 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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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쯤 되자 라딕이 왔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한다. 아침에 여러가지 일들을 마치고 이곳에 오면 50분쯤 되는 모양이다. 내일부터는 50분에 만나기로 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숲 속처럼 펼쳐진 곳을 천천히 걸으며 설명을 듣는다. 작게 말해도 되는 곳과 침묵을 지켜야하는 곳을 lower part, higher part로 설명해주는데 정확히 어디를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해가 안된다고 하니 일단 같이 가보자고 한다. 두번째 문에 도착하자 silence라는 표지판이 여러군데 보인다. 여기서부터가 침묵을 지켜야 하는 곳인가보다. 점점 내려가니 호수가 보인다. 정말 아름답다. 평일에는 차가 지나다녀서 완전한 침묵이 있기는 어렵지만 일요일에는 정말 아름답고 조용하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일요일 10:45am 버스를 타고 떠나야한다. 한번 쯤 차가 다니지 않는 행운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딕은 폴란드에서 왔다. 쌍둥이형제와 함께 참가자로 떼제를 찾았던 그는 작년 11월에 하던 모든 일을 그만두고 봉사자로 떼제에 왔다고 한다. 고전어를 전공하고 회사에 들어가 돈도 많이 벌었지만 자신의 삶의 목적과 소명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나와 기도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이곳에 왔고 아마도 부활절 때까지 머문 뒤 돌아갈 것 같다고 한다. 폴란드건 프랑스건, 한국이건. 많은 이들이 똑같은 모양으로 살아가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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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쯤 대화를 하자 사람들이 하나둘 걸어오기 시작한다. 이제 정말로 침묵을 지켜야 할 시간이다. 각자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라딕은 St. Stephen’s Lake를 가로지르는 다리에 서서 편지 같은 글을 한참 들여다본다. 나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발자국 소리를 듣고, 호수를 바라보고, 우두커니 선다. 나는 여러 사람과 같이 있는걸 좋아하는데 이렇게 가만히 명상하고 고요하게 있는 곳에 배정을 받고 남편은 혼자 있는걸 더 선호하는데 많은 사람과 게임도 하고 왁자지껄 음식을 만드는 곳으로 배정되었다. 우리는 그 무엇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냥 흐름에 따랐을 뿐이다. 단순한 우연만은 아닌 것 같아 또 그 분의 크신 계획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계획에 자연스레 동참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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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pm이 되었다. 12:20pm에 있는 mid-day prayer를 위해 source를 닫아야 할 시간이다. 사람들에게 나가야 함을 알리고 우리도 천천히 걸어나온다. 중간에 어딘가 다른 길로 가는 10대들이 있다. 그들도 잘 챙겨서 같이 나온다. 이번 기도에서는 남편과 다소 앞에 앉게 되었다. 앞은 확실히 집중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들과 함께 우리도 집중한다. 어제보다 훨씬 익숙해진 멜로디, 가사를 따라 부른다. 몇몇 곡은 악보 없이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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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남짓의 기도가 끝나자 점심시간이다. 남편은 특권으로 줄을 서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먼저 가보기로 했다.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뒤늦게 줄을 서 밥을 받아왔다. big tent에서 혼자 앉아 밥을 먹자 프랑스 아주머니 한 분이 이 쪽으로 오라며 부른다. 동그랗게 둘러 앉아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일행이냐고 물으니 각자 둘셋씩 따로 왔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같이 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되었다. 한국에서 왔고, 남편은 지금 big kitchen에서 일한다고 하니 이 밥을 남편이 만들었냐며 웃는다. 유럽은 처음이고 이 여행이 우리의 honeymoon이라고 하니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뭔가 쑥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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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제에서 만났으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종교로 흐른다. 프랑스의 신앙인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그 중 80% 가량이 가톨릭 신자라고 한다. 이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가톨릭 신자다. 옆자리 앉은 African-french 여성 분은 아프리카에는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기적이라고 보일 만한 것들을 행한다고 한다. 어떤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진짜라고 믿고 현혹된다고. 나 역시 한국에는 자신이 예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들 모두가 어디서 왔든지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세상이 점점 악해지는 것에 대한 걱정. 여러가지를 이야기 하며 밥을 아주 맛있게 먹고 일어났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데 같이 가겠냐고 물어보셔서 나는 남편을 만나러 가야 될 것 같다고 이야기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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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15번홀 앞에서 만나 노래연습을 하러 들어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특히 10대들)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오르가니스트인 독일인 클라우스가 (Klaus?) 노래 선생님이다. 피아노도 없이 소리굽쇠에 의존해 소리를 듣고 한 파트씩 노래를 가르쳐준다. 마치 우리교회 악기교실 같다. 엘림에서 노래를 가르치겠다고 소리소리를 지르는 내가 생각나서 열심히 불렀다. 라틴어, 영어로 된 노래들은 다 괜찮은데 프랑스어가 문제다. 옆에 앉은 아이들의 선생님 같은 분께 어디 출신이시냐 물어보니 벨기에란다. 이 단어 좀 발음해달라고 했더니 입모양까지 보여주시며 열심히 알려주셨다. 덕분에 지금 떼제에서 많이 부르고 있는 프랑스어 가사를 가진 곡들을 배울 수 있었다.
3시가 되자 갑자기 10대들이 자리에서 우루루 일어서서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간다. 아마도 선생님들의 강요로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그런 태도에 클라우스는 당황했지만 능숙하게 수업을 마무리했다. 사실 선생으로서 학생들이 그런 태도를 보이면 상처를 받는다. 영화 코러스, 시스터액트 처럼 아이들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능수능란하고 유쾌하게 넘기고 보듬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보기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을 여기에 데려와서 앉혀야할까? 우리의 악기교실이 가는 방향과 같다고 본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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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을 다 끝내고 남편이 어딨나 두리번거리며 찾는데 갑자기 한 여학생이 나를 쿡쿡 찌르더니 He is there 하며 오빠를 가리킨다. 지금 떼제에 동양인 커플은 우리 둘 밖에 없다. 모두가 우리가 부부인걸 아는 눈치다. 뭔가 너무 재밌어서 남편한테 얘기했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유명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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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님들이 만든 도자기와 악보집, cd, 기념품 등을 파는 exposition에 갔다. 아름다운 노래와 조명, 정성스럽게 만든 물건들이 있다. 가기 전에 이 곳에서 cd와 2016-2017 시즌 악보집을 사기로 했다. 오늘은 눈으로만. exposition에서 나와 남편을 데리고 source에 갔다. 아침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다. 천천히 손을 잡고 걸으며 각자 생각하고 또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마침 Radek이 다리 가운데에 서 있어 인사도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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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왔다. 오후에 bible reflexion과 tea가 있지만 생략하기로 했다. 몸이 피곤한지 눈이 감긴다. 1시간 반-2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 7시가 되어 남편이 저녁을 먹으러가자고 나를 깨운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태가 아니지만 지금 먹지 않으면 기회가 없기에 먹으러 간다. 오늘은 토마토파스타와 바게트, 크림치즈 그리고 사과가 나왔다. 점점 떼제의 식사가 익숙해진다. 파스타가 무척 맛있다. 그런데 가벼운 몸살이 있긴 있나보다. 밥이 다 안 넘어간다. 결국 1/3 정도를 못 먹고 남편에게 주었다.
어느덧 4번째 기도, evening prayer다. 곡들도 익숙하고 진행방식도 익숙해졌다. 남편과 저녁기도 시작 전 우리가 좋아하는 Bless the Lord를 여기에서 듣고 갈 수 있을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갑자기 전광판에 5번이 뜬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그 노래를 모두 함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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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디를 부르는데 눈물이 난다. 가사가 마음에 절절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이 곡을 좋아했고, 한국에서도 많이 불렀는데 이곳에 와서 마침내 이 곡을 불렀다.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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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ess the Lord, my soul and bless the Holy Name. Bless the Lord, my soul who leads me int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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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는 이게 전부다. 남편의 손을 잡고 반복되는 이 단순한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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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도가 끝나고 수사님들이 나가시고, 남은 사람들이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때에 우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뒷쪽에 드문드문 의자를 놓고 앉아계시는 분들이 보인다. 가까이가서 보니 꼭 고해성사를 하듯이 신부님들이 앉아계셨다. 우리도 용기를 내어 영어가 가능하다는 화이트보드를 세워두신 분 앞에 가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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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예요?” 유창하게 한국어를 하시는 신부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쉽게도 이 두 문장 밖에 모르신단다. 던기 (스펠링은 모르겠다. 발음상으로는 던ㄴ긔) 신부님은 원래는 중국어를 전공하고 중국에서 돈을 많이 벌 생각으로 가득찼던 청년이었다. 그런데 20대 중반 하느님(! 그는 신부님이시니까.)을 만나 회심하고 신학교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30대 초반이 됐다. 처음 뵙는 그 분 앞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이곳에 공부하러 오고싶은데 아이와 돈, 그리고 한국에서의 여러가지 것들 때문에 고민하는 상황을 털어놓았다. 그 분도 자신이 알고있는 여러가지를 얘기해주고 또 격려해주셨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를 위한 신부님의 기도가 이루어졌다. 당신의 calling에 따르게 하시고 이곳에 와서 공부하게 하시고, 또 많은 아이를 주시고 당신의 뜻대로 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따뜻한 기도에 국적과 인종, 또 그 어떤 장벽을 초월한 사랑이 느껴졌다. 앉아서 얘기 나누길 정말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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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했는데 막내동생이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식탐왕으로 나왔던 김태우(당시 7세)라는 아이가 물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당시 전문가가 먹을 것 대신 물 간식을 주라고 했는데 ADHD로 조절능력이 부족했던 아이가 이번엔 먹을 것 대신 물에 집착하였고 심각성을 느낀 엄마가 아이에게 물을 못 마시게 하자 욕실에서 샤워기로 물을 마시다 저나트륨혈증과 뇌부종으로 쓰러져 1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2015년 사망했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전문가를 탓했다. 어떤 이는 부모를 탓했다. 남편과도 한참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누구의 잘못인가. 막을 수 없었을까.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한참동안 그 아이 생각에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일은 그 아이와 부모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떼제에서의 첫 full-day가 갔다.